얼마 전, 저는 제 글에서 한글날에 대해 잠시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한글날의 기원은 지금 한글 학회의 전신인 조선어연구회와 신민사가 1926년 음력 9월의 마지막 날인 음력 9월 29일(양력 11월 4일)에 훈민정음 반포 여덟 회갑(480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가졌습니다. 그 당시 한글을 ‘가갸글’이라고도 불렀으므로 이날을 제1회 ‘가갸날’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다가 국어학자인 주시경이 1906년에 제안했던 ‘한글’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1928년부터는 ‘한글날’로 명명했습니다. 1931년 또는 1932년부터 양력으로 당시 날짜를 따져 10월 29일에 지냈습니다. 이것은 1582년 이전의 윤일은 율리우스력에 따라 매기고, 1582년에 생략된 날짜는 고려하지 않고 잘못 환산한 것이었습니다. 1446년 당시 서양이 사용했던 율리우스력으로 환산하면, 실제로는 율리우스력으로 10월 18일이 됩니다. 한글연구단체인 조선어학회 회원이었던 국어학자 이희승과 이극로는 이를 1932년부터라고 기록하고 있지만, 1931년부터 양력으로 지냈다는 신문 기사도 있습니다. 1934년부터는 전문가들 의견을 따라 1582년 이전 기간도 그레고리력을 썼던 것으로 가정하는 역산 그레고리력(proleptic gregorian calender)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합의가 나와 그에 따라 계산한 10월 28일에 지내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한글이 반포된 날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기록된 《훈민정음 해례본》이 1940년에 경북 안동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이 책에 정인지가 쓴 서문 내용에 따르면 9월 상순에 《훈민정음 해례본》이 완성되었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를 토대로 1446년 9월 상순의 마지막 날인 음력 9월 10일을 그레고리력으로 계산하면 10월 9일이 되므로 새로이 한글날을 10월 9일로 변경하여 기념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와 같은 말과 글을 쓰는 북한은 어떨까요? 우리나라도 이렇게 여러 차례 한글날이 바뀌면서 제정되지만, 기본적으로는 훈민정음을 반포(1446년)한 날을 기점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우리나라와 달리 훈민정음을 창제(1443년)한 날을 기점으로 잡아 우리의 한글날과 같은 ‘조선글날’을 1월 15일에 기념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하고 반포한 것을 널리 알리고 기념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북한은 그달리 이날을 기념하거나 공휴일로 지정하고 있지 않으며, 세종대왕이 창제하고 반포하였다는 사실도 널리 알리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저 ‘조선글’이라는 것만 알려서 이것을 김일성이 만든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도 있다는 설이 있기도 하죠. 뭐, 카더라 수준의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아무튼 딱히 기념하지 않는 것은 사실인 듯합니다.
그렇다면 ‘스승의 날’은 어떨까요? 스승의 날은 1963년 충남지역 청소년적십자 단원들이 ‘은사의 날’을 정하고 사은행사를 개최한 것이 시초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다 1964년 청소년 적십자 중앙학생협의회는 5월 26일을 ‘스승의 날’로 지정하였으며, 1965년 세종대왕 탄신일인 5월 15일로 날짜를 변경하였습니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하여 전국 온 백성에 가르침을 주어 존경받는 것처럼 스승이 세종대왕처럼 존경받는 시대가 왔으면 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참고로 세종대왕의 탄신일인 음력(명나라 대통력) 1397년 4월 10일은 양력 율리우스력으로 1397년 5월 7일이고, 이를 그레고리력으로 환산한 날짜가 1397년 5월 15일이라서 그날이 스승의 날로 된 것입니다. 즉 지금의 스승의 날은 한글을 창제하고 반포하신 위대한 스승이셨던 세종대왕의 탄신일이 바로 ‘스승의 날’인 것입니다.
이렇게 위대한 조선의 왕이셨던 세종대왕님은 우리에게 ‘한글’이라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편리하며, 사용하기 좋은 글자를 만들어 주셨을 뿐 아니라 ‘한글날’이라는 공휴일도 만들어 주셨죠. 게다가 그 탄신일인 ‘스승의 날’까지 우리는 기념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보다도 세종대왕님과 관련된 기념일이 두 가지나 있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아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