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상품은 소규모 공장이나 중소기업에서 만든 것보다 대기업에서 만든 것이 더 좋습니다. 그런데 유일하게 참기름 하나 만큼은 대기업에서 만든 것보다는 시장 참기름 가게에서 직접 짠 것이 더 향기롭고 맛있습니다. 왜 그렇게 참기름만은 대기업에서 만든 것이 시장표 참기름을 이기지 못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참기름을 짜는 메커니즘에 있습니다. 참기름은 기본적으로 참깨를 높은 열로 복은 뒤, 압착을 통해 기름을 뽑아 만듭니다. 그런데 대기업에서 참기름을 만들 때에는 참깨를 어느 정도 이상 볶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식약처에서 식품에 대한 엄격한 규제를 하기 때문이죠. 참깨에 있는 지방을 극대화시키려면 높은 열에서 오랜 시간 볶아야 합니다. 그런데 참깨에 있는 지방은 높은 열을 받으면 트랜스 지방이 되거나 방향족 탄화수소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방향족 탄화수소는 우리에게 고소한 향으로 느껴지는 바로 그것이죠. 그런데 문제는 이런 트랜스 지방이나 방향족 탄화수소 일부는 발암물질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대기업에서 참기름을 만들 때에는 어느 정도 이상 참깨를 볶지 못합니다. 높은 열로 오랫동안 볶아야만 참기름의 고소한 향을 풍기는 방향족 탄화수소가 생성되는데, 이것들의 일부는 발암물질이 될 수 있으므로 식약처의 관리를 받는 대기업에선 어느 정도 이상 참깨를 볶을 수 없습니다. 충분히 볶지 못한 참깨를 오직 높은 압력으로(시장에서 사용하는 것보다는) 참기름을 만들다보니 시장표 참기름보다 더 고소할 수 없는 것입니다.
반면 시장표 참기름에 대해선 식약처에서 관리하지 않습니다. 다만 관리하는 것이 있다면 위생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정도만 관리할 뿐이죠. 그러다보니 시장의 참기름 가게에선 참깨를 아주 충분히 볶습니다. 이렇게 충분히 볶는 과정에서 트랜스 지방도 만들어지고, 방향족 탄화수소도 생기게 되죠. 그러다보니 일부 발암물질이 섞여 있을 수는 있어도 대기업에서 판매하는 참기름보다는 훨씬 더 고소한 향이 날 수 있는 것입니다.
시장표 참기름에선 훨씬 더 고소한 향을 얻는 대신 조금은 위험한 발암물질을 먹을 수 있는 것이죠. 위험을 감수하고도 더 고소한 향을 즐기느냐, 아니면 맛이나 향을 포기한 채 안전한 대기업의 참기름을 먹느냐는 개인이 선택할 문제입니다. 대기업표 참기름이 향이 부족하다고, 맛이 없다고 느껴지신다면 대신 안전함을 얻으신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위험을 감수하고도 시장표 참기름이 좋으시다면 그냥 드시면 됩니다. 봄철의 미세먼지나 황사도 충분히 발암물질로 작용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봄날에 숨 쉬지 않고 살 수는 없지 않습니까.
이상 대기업표 참기름이 시장표 참기름을 이기지 못하는 이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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