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28일 수요일

[단독] 외교부, 'IRA 모법' 인수위에 보고‥"무능한 대응"


미국에서 대한민국에 불리한 법을 만듬

->문재인 정부 시기의 일이었기 때문에 대책을 마련함

->윤정부 넘어오면서 무시함

->현재


 

소름 돋는 미래 예언

 이렇게 정확히 예측할 수가...


신문사 그만두고 돗자리 펴고 장사를 해도 될 듯.




2022년 9월 25일 일요일

의사들이 뽑은 안 좋은 음식

 대창이 이렇게 안 좋은 음식일 줄이야. 알고 나선 먹지 못할 듯 하다.



2022년 9월 24일 토요일

돼지 이야기

 이번 이야기는 돼지 도축장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늘 먹던 돼지고기와 그 동물에 관한 짧은 이야기로, 잠시 생각을 해 볼만한 문제를 담고 있습니다.

 

물론 제 작품은 아니고, 어디선가 스크랩을 했는데 너무 오래되어서 출처를 저도 확실히 모릅니다. 따라서 그냥 읽고 즐기셨으면 합니다.

 

만약 이 글을 다시 편집하셨다가는 원작자의 고발이 있을지도...

 


1.

여, 반갑시다. 여기 앉으시요.

그래, 요즘 경기가 어떠시오? 자자, 일단 한잔 하시고. 크아~

 

나는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엔지니어요. 뭐, 데모도나 다이꾸 같은 건 아니고, 요즘 말로 현장 감독이지.

 

아이구 감독 별거 아니오. 감독이라고 별거 없소.

데모도나 노가다들 잘못 다뤘다간 다루끼로 뒷통수 맞기 십상이지.

 

지금은 감독이지만 옛날에는 설계도 하고 감리도 했다오. 설계를 알아야 감독도 하는 거니까.

 

사람들 사는 집이나 아파트 사무실 빌딩도 했지만, 가끔씩 특이한 일도 한다오. 그중에 아직도 기억나는게 바로 돼지 도축장이오.

 

아시오? 사람들이 흔히들 말하는 도살장말이오.

 

옛날 마장동 근처에 난립해 있던 무허가 도살장이 철거되고 새로 깨끗한 현대식 도살장을 지었는데 (영어로는 미트 플랜트라 하오)

 

설계할 때 도축 공정에 대해 연구하느라 도축 기술자들과 많이 이야기 하였소.

 

뭐, 외국 도면도 있었지만 우리나라 실정이 걔네들 하고 많이 달라서 말이오.

 

아직 도축장 하면 해머로 가축의 머리를 가격해서 죽이는 그런 참혹한 장면을 연상하시는가 본데 요즘 그렇게 도축하는 곳은 없다고 사료되오.

 

왜냐하면 한참 도축장을 개선할 때가 벌써 이십 년 전이니 말이오.

여튼, 도살장이 어찌 생겼는가 대강 설명을 해 보리다.

 

돼지를 일단 넓은 울타리에 여러 마리 집어놓고 한군데로 들어가게 하는데, 들어가는 입구는 깔때기처럼 점점 좁아지다가 한 마리가 지나갈 만한 폭으로 줄어드오.

 

그 외길이 끝나는 곳에는 검정 비닐로 된 장막이 있고, 이 장막을 지나면 외길은 역시 같은 폭의 터널로 이어지는데, 돼지는 이 통로의 끝에서 죽음의 길로 가게 되오.

 

통로 끝에는 길다란 전기봉이 나와있고, 돼지가 통과하는 순간 400볼트의 전기를 흘려 돼지는 짧은 순간 의식을 잃게 되는 것이오.

정신을 잃은 돼지는 컨베이어 벨트로 떨어지게 되고 그 다음에 후꾸로 돼지발을 달아 올리면 벨트 옆에 죽 늘어선 작업자들이 동맥을 절개하여 피를 제거하고(방혈작업이라 하오) 각 부위별로 초벌각을 뜨는 공정이 이어지오.

 

초벌각을 뜨면 돼지는 훅꾸에 매달린 채 천천히 이동하여 등심, 안심, 목살, 아롱사태 등등 온갖 이름의 부위를 다 뜨게 되오.

 

그런데, 이 돼지고기 부위의 분류가 서양보다 한국이 훨씬 복잡하고 세분화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아시오?

 

우리나라가 먹거리 문화가 서양보다 훨씬 발달되어 있다는 증거라 하겠소. 그쪽은 나의 전문이 아니라 조사하느라 고생 좀 하였소만 이 과정에서 도축 기술자의 프로페셔널한 진가를 느끼게 되었소.

자자 한잔 합시다. 크아~ 역시 두꺼비는 시야시 입빠이 해서 먹어야 제 맛이야. 꼼장어도 고소하고 달콤한 고추장이 일품이구려.



2.

어디까지 얘기했소? 아. 그렇지.

 

좌우지간 미트 플랜트는 사양서에 나와있는 대로 설계하면 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소. 그 사양서란게 미국 것을 베낀 것이다 보니, 고기를 세분화해서 먹는 우리나라 실정에 맞지가 않았던 거지.

 

사양서? 시방서 말이오. 유식한 말로 스펙.

 

이 부분에서 설계 엔지니어로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소. 외국 미트 플랜트 스탠다드에 나와있는 대로 처리해 버리면 그만이지만, 그랬다가는 정육점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부위를 제대로 공급할 수가 없거든.

 

그렇다고 한국의 기준으로 세분화 하자니 자동화하기가 매우 곤란하고 또 자동화를 한다 한들 그 프로세스를 전부 다 새로 설계해야 하는데, 당췌 기존에 보고 참고할 만한게 있어야 말이지. 세상에 노기스 오가네나 들고 다니던 내가 도축 과정을 어찌 알겠냐 말이오.

 

각설하고 다시 미쓰모리를 뽑아보니 장난이 아니었소. 게다가 설비도 한국 실정에 맞게 다시 디자인을 해야 하니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더라 이 말이오.

 

미쓰모리가 뭐냐고? 아 그야 물량이지. 견적말이오.

 

노기쓰, 오가네? 아아 그런거 몰라도 되오. 그냥 자 같은거요.

미안하오. 하도 입에 붙어서 나도 모르게 나오는구려.

 

이리저리 궁리를 하다가 도축 기술자에게 물어보는게 제일 빠를 것 같은데, 아 글쎄 섭외를 하였소만 그게 되야 말이지.

 

도축 기술자를 옛날에 뭐라 했는지 아시오? 맞았소. "백정"이오.

 

그런데, 한국이 개명천지 하고 신분제가 폐지된지 백 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이 "백정"신분에 대해 철저하게 구분하여 차별하는 풍습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아시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과 나를 비롯한 고기를 먹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도축 기술자가 엄연히 존재한다는 뜻이오. 그런데, 당신이나 나나, 세상 살아가면서 도축 기술자를 우연히라도 마주치거나, 아니면 한 다리 건너서라도 아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소?

 

아마 없을거요.

 

그것은 도축 기술자들이 철저하게 자기 직업을 숨기고 살아가기 때문이오. 그때까지 나는 도축 기술자에 대해 관심도 없었고, 또 돼지고기 소고기는 정육점에 가서 돈만 디밀면 얼마든지 살 수 있는 정도로만 느끼고 있었을 뿐, 소, 돼지가 어떻게 해서 정육점에 진열이 되는가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었고 또 알려고도 하지 않았었소.

 

도축 기술자 자신은 물론이거니와 그들의 자녀들은 아버지의 직업을 숨기고 학교에 다니고 있으며 결혼 연령이 된 자식들은 철저히 아버지의 내력을 숨기며 교제하며 결혼을 하고있소.

 

인도에 카스트제도가 아직 민간에서는 남아있어 천민과는 대화도 안한다는 해외 토픽을 본 적이 있소만 대한민국에도 이런 웃기는 신분 제도가 아직도 엄연히 존재하는 것이오.

 

그런 내력을 모르고 나는 설계 때문에 좀 만나자는데 왜 그렇게 도축 기술자들은 시간 내기가 힘이 드는 것인지 원망도 많이 했다오.

어허 꼼장어 식겠소. 어서 드시오.

 

자자 한잔 더 하시고. 어이 아줌마, 여기 두꺼비 한병 더 주시오.

 

입빠이 시야시 된 걸로. 자 마저 듭시다. 크아..



3.

내가 백정이니 도축 기술자니 하며 혼용하는 것은, 나의 무지에서 연유한 것이니 이해를 바라오. 공사판 바닥에서 잔뼈가 굵어서 그런지, 무엇인가를 차분하게 외우는 것은 영 소질이 없나보오. 자꾸 섞여 나오는 일본말도 이해를 해 주시기 바라오. 입에 붙어서 당췌 떨어져야 말이지.

 

나중에 우여곡절 끝에 베테랑 도축 기술자 김모씨와 술자리를 같이 했는데, 도축 작업이야말로 고도의 기술과 정신력을 요구하는 전문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소.

 

돼지가 감전되어 실신을 하게 나면, 방혈 작업을 거친 후 칼을 집어 넣어 각 부위로 분류를 하는데, 고기의 탄탄한 근육과 무지막지한 뼈가 얽혀있는 살코기에 칼을 잘못 넣으면 일이 곱절로 고될 뿐 아니라 잘못하면 칼이 부러지게 되오.

 

도축에 쓰이는 칼은 보통 주방에서 쓰는 칼과는 비교가 안되게 강한 고강도 특수강으로 되어있고 칼날은 엄청나게 날카롭소. 이게 한번 부러지면 경제적인 손실도 손실이거니와 자칫하면 인명 사고로 이어지기 십상이오.

 

그렇기 때문에 도축하여 고기를 해체하는 작업은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며 게다가 집중력, 긴장도 요구되오.

 

베테랑과 초보 기술자의 차이는, 으음, 이를테면 이런 것이라 하더이다. 베테랑 기술자는, 머리가 허옇게 센 초로의 몸에도 불구하고, 휘파람 불어가며 척척 고기를 떼어내는데, 덩치가 산만하고 근육도 울퉁불퉁한 초보 기술자는 얼굴이 시뻘개져 땀을 뻘뻘 흘리며 작업을 하면서도 작업의 정확도나 속도는 베테랑의 절반도 못된다고 하오.

 

베테랑들은 칼을 넣을 때 정확하게 근육과 근육 사이, 그리고 근육과 뼈 사이를 파고든다 하오. 때문에 베테랑의 칼은 십 년을 갈지 않고도 금방 갈아 놓은 새 칼 같다고 하오.

 

그런데 설계 프로세스에 대한 정보가 거의 정리가 되어갈 무렵 김씨가 흥미있는 이야기를 하더이다.

 

도축장에서 나와 마장동 터미널 방향으로 한 오십 미터 쯤 가다 왼쪽으로 돌아서 들어가면, 지저분한 막장사 뒷골목이라는 곳이 나오는데, 어떤 연유인지 모르겠으나 불량 식품이 분명한 과자를 산더미처럼 리어카에 쌓아놓고 파는 곳이 있소.

 

지금은 있는지 모르겠소만, 그 당시 코흘리개 상대의 장사치들이 물건을 떼어가는 곳이었던 것 같소.

 

김씨는 일 시마이 하고 집에 갈 때 꼭 커다란 싸구려 카라멜을 한 봉지씩 사가지고 갔다가 다음날 출근할 때 가지고 온다 하더이다. 진한 갈색의 땅콩맛이 나는 캐러멜을 아는 분은 아실 것이오.

 

(일 끝나는 것을 시마이 한다라고 하더이다. 이건 공사판에서만 그러는 줄 알았는데 그곳에서도 그러더이다.)

 

김씨는 비록 미물인 짐승이지만, 저승으로 가는 길 잘 가라고 마음속으로 빌면서 꼭 커다란 싸구려 캐러멜 두어 개를 까서 돼지 입에 넣어준다고 하더이다.

 

돼지가 먹을 것이면 무엇인들 마다하겠소? 아무것이나 먹을 것이면 허겁지겁 삼키는 게 상례라 생각했소만, 왠일인지 마지막 가는 길의 캐러멜은 천천히 우물거리며 음미하듯이 먹는다 하더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도축장 입구로 들어가기 전, 김씨를 보며 특이한 행동을 한다고 하더이다.

 

자자 한잔 쭉 합시다. 크... 오늘따라 술맛이 좋소!

 

아줌마! 여기 꼼장어 두어마리 더 주쇼!


4.

도축장 입구는, 울타리가 좁아지면서 겨우 돼지 한 마리 들어갈 폭의 구멍인데, 구멍 저쪽은 어둡고 두꺼운 비닐 차단막이 쳐져있어 볼 수가 없으나, 그 건너편 검은 비닐 장막 뒤에는,(비닐을 쓰는 이유는, 혹시라도 있을 감전사고를 예방하기위한 것이라오.) 커다란 쇠로 만든 전기 침봉이 있고, 그 침봉에 4백볼트의 고압전류가 흐르는  순간 돼지는 정신을 놓게 되는 것이오.

 

도축장 입구에 서서 돼지 몰이를 하는 사람은, 털레털레 들어가는 돼지의 뒷모습과, 퍽! 브즈즈~~ 하는 고압전류가 흐르는 소리, 그리고 털썩! 하는 돼지가 넘어지는 소리를 듣게 되오. 그러면 상황은 이미 끝난 것이오.

 

그야말로 돼지는 꽥 소리 한번 지를 틈도 없이 즉사하거나 더러는 실신한 후 목숨을 다하게 되는 것이오.

 

그 시커먼 죽음의 문을 앞에 두고, 캐러맬을 천천히 씹던 돼지는, 고개를 돌려 그윽한 눈으로 김씨를 쳐다보는 것이오. 그리고 그 큰 눈에 눈물을 뚝뚝 흘린다고 하오.

 

김씨의 이야기로는, 그 죽음의 문턱 너머에서 풍겨 나오는 피와 살이 풍기는 죽음의 냄새를 맡고 자신의 죽음을 알아차리는 것 같다고 하오.

 

돼지도 눈물을 흘리오. 김씨의 말로는, 대학에 다니는 아들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처음에는 코웃음을 치다가, 나중에 수의학과에 다니는 친구에게 물어 보았는데, 돼지도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것이 사실이라 했소.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무엇인가를 나즈막하게 쿠르릉 거리는 소리로 읊조리는데, 그 소리가 그렇게 청승맞을 수가 없다고 했소.

 

보통 돼지가 내는 음성을 무엇이라 표현하오?

 

맞았소. "꿀꿀꿀" 한다고 하지 않소?

 

혹은 다급할 때 내는 소리는 "꾸엑~ 꾸엑~" 이정도가 아니겠소?

 

그러나 의외로 돼지는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소. 김씨의 아들이 수의학과에 다니는 친구에게 물어본 바로는, 돼지는 소리를 낼 때, 구강 안으로 공기를 모은 다음에 그 공기를 압축시켜 비강 쪽으로 불어 넣으면서 구강막을 진동시켜 소리를 낸다 하오.

 

그 구강막이 떨리는 소리가 부르르 혹은 "쿠르르.." 하는 소리가 나는 것이오. 그 소리를 딱이 표현을 할 길이 없는 고로 사람들이 그저 꿀꿀 거린다 하는 것이오.

 

또 다른 방법은 돼지는 다급해지면 목울대에서 입으로 공기를 불어내면서 바로 소리를 낸다 하오. 그 소리가 일반적으로 "꽥꽥" 거리는 "돼지 멱따는 소리"라고 하오.

 

K대 수의학과에 다니는 김씨 아들의 친구는 처음에 김씨의 아들이 하는 소리를 듣고 괴상한 취미로 취급하며, 장난삼아 도서관에서 관련 서적을 뒤지다가, 돼지에 대한 상당히 재미있는 논문을 발견하게 되오.

 

자자 한잔 합시다. 술을 참 잘 하시오. 나도 현장에서 술을 하도 많이 마셔서 단련이 되어 잘 마시는 편인데, 딱 현장 체질이시오. 허허허...



5.

그 논문은 호주 시드니 대학에 내추럴 사이언스를 가르치는 리처드 베링턴(Richard Barrington)이라는 교수의 논문이었소.

 

오래전에 집필된 논문인데다가 내가 김씨에게 그 이야기를 들은지도 십 년이 넘었으니 아마 그 교수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닐 수도 있을 것이외다.

 

허나 논문이란 것은 오래 보존이 되는 것이므로 아마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해서 찾아보면 찾을 수 도 있을 것이라 사료되오.

 

논문 제목은 아마 커뮤니케이션 비튄 매멀스, 퍼블리쉬드 인 197X(내 기억이 정확하지 않소), 시드니 칼리지, 오스트레일리아 일거요. 시드니 칼리지의 내추럴 사이언스 학과는 호주에서 발견된 인류 최고의 원시인 화석인 '아우스트랄로 피테쿠스'를 발굴하고 규명해낸 곳으로도 유명하오.

 

이 논문은 포유류의 의사소통에 대해 여러가지 동물의 예를 들어 기술을 해 놓은 문서였는데, 고릴라, 침팬지, 늑대, 개 등등의 동물이 있었고 또한 돼지가 어엿하게 들어가 있었다는 것이오.

 

학력이 중학교 졸업이 전부인 김씨가 아들에게 부탁해서 논문을 빌려다가 영어사전을 밤새 들춰가며 논문을 샅샅이 읽었다 하더이다.

 

영어도 제대로 못 읽는 김씨가 정확하게 논문 제목과 교수이름을 기억하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대단히 놀라웠소. 비록 학문은 짧지만 김씨의 학구열은 대단했고 그보다 김씨의 기억력은 더 대단했소.

 

도대체 돼지를 잡는 일하고 돼지의 의사소통이 무슨 관계가 있다고, 그냥 김씨는 돼지를 잡기만 하면 되는 것을, 그렇게 돼지에 대해 파고드는 김씨에게 존경심이 생기기 시작했소.

 

자신의 일에 그렇게 긍지와 열의를 가진 사람을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본 적이 없소. 김씨 앞에서 전문 기술사랍시고 앉아 있는 내가 부끄러웠소.

 

그러나 후일 생각을 해 보면, 김씨는 살아있어 숨쉬는 것을 저세상으로 보내야 하는 일에 심각한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지 않을까 생각이 드오. 그렇기에 죽음의 문턱을 넘으며 흘리는 돼지의 눈물과 뜻모를 읊조림 혹은 탄식이 그렇게 마음에 걸려 그토록 돼지에 대해 파고들지 않았을까 사료되오.

 

김씨의 마음속에는 어쩌면, 그 돼지의 눈물과 탄식이, 단순히 돼지라는 동물의 생태적 본능에서 나오는 의미가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규명해서, 돼지라는 생명을 매일같이 죽인다는 그 자책감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있었을지도 모르겠소.

 

김씨는 그 논문을 이 년 동안 정확하게 154번을 읽었다 하오. 처음에는 한번 통독을 하는데 삼 개월이 걸렸으나, 열 번 스무 번을 읽으면서 속도가 빨라져, 나중에는 어디에 무슨 내용이 있는가 까지 알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하더이다.

 

논문을 반복해서 읽으면서 김씨는 당시에 유행하던 워크맨을 구입하여 돼지의 탄식을 녹음하기 시작했소. 만일 그때 김씨가 비디오 카메라를 구입하여 촬영을 했었다면 더욱 좋았겠으나, 그 당시 그는 그럴 형편이 아니었소.

 

선생은, 돼지란 놈의 머릿속에 무슨 생각이 있다 생각하시오?

 

그저 배고픈 것, 배부른 것, 졸리운 것, 아픈 것, 가려운 것 등등 감각에 관련된 생각이 있을 뿐, 논리적인 사고가 설마 있으리라 사료되시오?

 

예를 들면, 돼지라는 놈에게 내일 도축장으로 갈 운명이라는 것을 가르쳐 준다면, 그것을 슬퍼해서 먹지도 자지도 않는다는 것이 상상이 가시오? 내일이면 죽을 목숨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는 것 조차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으시오?

 

그런데, 김씨가, 돼지의 "죽음의 탄식"을 녹음해서 분석을 해 보니, 참 재미있는 공통점이 발견이 되었소. 그것은, "죽음의 탄식"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더라는 것이오.

 

어허 벌써 술병이 비었네. 아줌마! 여기 두꺼비 하나 더 주시오.

 

그리고 꼼장어하고..아, 또, 또, 뭐 드시겠소? 어허, 그러지 마시고 마음껏 드시오.



6.

"죽음의 탄식" - 돼지의 눈을 본 적이 있으시오? 깊은 쌍꺼풀이 진, 긴 속눈썹 밑으로 커다랗고 순한 그 눈망울 말이오.

 

돼지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에게 부정적으로 인식이 되어왔기 때문에, 돼지라고 하면 무조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전부 부정적으로 생각이 되고 있소.

 

당신도 "돼지 눈" 이라 언급하는 것을 들으니 어떠하시오? 심히 부자연스럽지 않으시오? "돼지 눈" 이 아니라 "돼지 눈깔" 이라야 될 것 같지않소?

 

"돼지 발" 이 아니라 "돼지 족발"이듯이 말이오.

 

김씨가 돼지의 죽음의 탄식을 밝혀내기 까지는 우여곡절이 참 많았소. 언제나처럼 캐러맬 봉투들 들고 퇴근을 해서는, 계속 '죽음의 탄식'이 녹음된 테이프를 듣는 것이오. 그러나 듣는 것 만으로는 소리의 패턴을 알 수가 없소.

 

요즈음은 컴퓨터가 많이 보급되어서, 간단한 장치만으로 소리 패턴을 연구할 수 있지만, 그 당시에는 특수한 장비가 있어야만 하는 실험이었소. 김씨 귀에 비슷하게 들렸다 해서, 이 패턴이 동일하다고 단정을 지을 수가 없는 일이었소.

 

김씨는 대학에 다니는 아들에게 부탁해서, 대학 실험실 장비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소.

 

김씨는 기계 조작을 못하니, 실험 담당 대학원생을 구워삶아서, 그것도 오밤중에 실험을 하게 되었소. 허름한 몰골의 김씨를 보고 대학원생들은 픽픽 비웃어가며 마지못해 실험에 응해 주었소만,  곧 그들은 김씨의 박학한 지식과 열성에 압도되어 갈 수 밖에 없었소. 그 실험에서, 돼지의 죽음의 탄식에는 일정한 패턴이 나타나는 것을

알게 되었소.

 

음성지문을 프린트해서 집으로 달려온 김씨는, 논문의 내용과 하나하나 비교해 나가기 시작했소.

 

사육사가 돼지 사료를 줄때,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돼지들이 우루루 달려들어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는 것으로 알고 있소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하더이다.

 

반드시 사육사를 한번 쳐다보고 천천히 식사를 개시한다 하오. 김씨는 그 때 나오는 돼지의 소리가 이 죽음의 탄식과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는 것을 발견했소.

 

그러나 이 패턴은 처음에는 같은 모양을 보이다가, 뒤로 갈수록 달라지기 시작하는데, 이것 때문에 김씨는 이 패턴이 동일하다는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오랜 시간을 허비하기 시작하오.

 

녹음을 수백 번을 해서, 그것으로 음성패턴을 떠내고, 그것을 또 비교하여 공통점을 찾아내는 작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소.

 

그러던 중에 실험을 도와주었던 대학원생으로부터 전화를 받게 되오. 이 대학원생은 처음에는 장난 비슷하게 김씨의 실험을 도와주다가, 김씨의 뜨거운 열성과 지식을 보고 그 연구에 흥미를 느껴 시간 날 때마다 여기저기 논문을 뒤지며 다녔는데, 이 학생은 김씨와는 반대로 죽음의 탄식 후반부의 비밀은 찾았으나 전반부의 해답을 못 찾아 고민하던 중이었소.

 

즉 김씨의 연구와 이 대학원생의 연구를 합쳐서 전반부와 후반부를 합치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소. 실로 행운이라 하지 않을 수 없었소.

 

논문에서 구성해 놓은 돼지들의 의사 표시라는 것이, 사람의 그것처럼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은 아니오.

 

논문에 따르면 돼지들은, 주로 한 단어 씩 만으로 제한된 표현을 한다고 하오. 즉, '배고프다' '졸리다' '좋다' '아프다' '가렵다' 하는 등등의 표현 말이오. 이 논문을 토대로 죽음의 탄식을 재구성해 본 김씨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소. 죽음의 탄식은 바로 이런 내용이었소.

 

자자 한잔하고 계속합시다. 크아~~ 나도 이제 건강 때문에 술은 잘 못한다오.

이제는 고작 두꺼비 세병이 한도라오. 뭐? 아 그야 댓병 말이지. 허허허..

 

아줌마, 여기 맥주 곱부 두 개 주오. 소줏잔은 감질이 나서 원...



7.

돼지들의 탄식을 해독하니, 이런 내용이었다 하오.

 

"고맙다.. 맛있다.. 고맙다.. 슬프다.. 안녕히(혹은 섭섭하다).. 고맙다.."

김씨는 흘러내리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고 하오.

 

비록 본인의 호구지책이지만 돼지를 죽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생명을 죽인다는 양심의 가책을 모면하기 위해, '죽음의 탄식'을 아무 의미없는 동물의 신음으로 규명하려던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웠다 하더이다.

 

한낮 미물인 돼지가, 자신이 입에 물려준 싸구려 캐러멜 두엇을 씹으며, 맛있다는 생각을 하고, 그 죽음이 다가오는 순간에도 김씨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으며, 잠시 후 눈물을 뚝뚝 흘리며 담담하게 죽음의 문으로 들어가는 돼지들을 생각하니 무어라 말할 수 없이 엄숙한 기분이 들더라 하더이다.

 

그리고 자신이 다시 칼을 잡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숨 섞인 푸념을 하며 소주잔을 단숨에 털어 넣는 것이었소.

 

김씨와의 대담은 이후에도 몇 번 이루어졌으나, 비교적 무미건조한 설계상의 이야기로 일관되었고, 그 후 김씨는 도축장이 완공될 때까지 전주 덕진동 외곽의 한 조그만 재래 돼지 도축장으로 취직이 되어 간다는 소식을 들었소.

 

그 후 제 2 도축장이 완공되었으나, 김씨는 한참의 세월이 지나가도 돌아오지 않았고, 나도 대전 대흥동의 상업 지구 빌딩 신축 현장에 나가있느라 그쪽일은 까맣게 잊고 있었소. 그렇게 하다 보니 이러구러 육 년이 흘러버렸소.

 

그러다가 그 전에 내가 김씨를 만났던 그 2 도축장에서 돼지를 훅크에 달아 올리는 호이스트에 문제가 생겼다 하여 호출을 받았소.

 

나는 설계도면을 들고 도축장으로 향했는데, 설마했던 김씨를 바로 거기서 다시 만났던 것이오.

 

김씨는 이미 머리가 하얗게 세어버려 노인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늙어 있었소만, 그의 안광은 예전보다 오히려 더욱 맑게 빛나고 있었소.

 

김씨는 돼지들이 들어가는 죽음의 문 울타리 밖에 서 있었는데, 옆구리에는 커다란 누런 봉투를 들고 연신 돼지들에게 무엇인가를 뿌려주고 있었소.

 

그것이 싸구려 캐러멜 이라는 것을 나는 가까이 가지 않아도 알 수 있었소.

 

싸구려 캐러맬을 돼지들에게 뿌리는 그의 모습은, 흡사 임종을 맞은 신도에게 성수를 뿌리는 사제와 같이 엄숙하고도 경건했소.

 

백정과 돼지가 벌이는, 마지막 죽음의 작별 의식이었소.

 

그의 표정은 더할나위 없이 평온하고 엄숙했으며, 김씨의 모습은, 마치 나같은 사람은 감히 근접하기도 어려운 그런 성스러운 것이었소.

 

김씨를 나직하게 부르며 그에게 다가갔을 때, 나는 분명히 볼 수 있었소.

 

돼지들이 김씨를 슬쩍 쳐다보는 그 순간을, 그리고, 그놈들의 그 쌍꺼풀 진 깊고 큰 눈매에, 주먹 만한 눈물이 가득 고여 있는 것을 말이오.

 

오랜 세월이 흘러버린 지금에도, 그때 김씨와 "죽음의 탄식"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뭉클해지오.

 

나의 머리가 이제 반백이 되어, 나도 언제 어느 때인지 "죽음의 문"을 지나칠지 모르오만, 김씨와 같은, 삶과 죽음을 초탈한 그런 인물이 나의 죽음을 위로해 준다면, 그리고 나의 입에 싸구려 캐러멜을 넣어 달래준다면, 가는 길이 그렇게 섭섭하지만은 않으리라 사료되오.

 

기술사로 공사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나도,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은퇴를 하게 되오.

 

나의 인생을 전부 바친 공사 현장에, 나도 김씨와 같은 그런 애정을 가졌었는가 하는 질문을 가끔 해 보곤 하오.

 

아니, 공사 현장이 아니더라도, 나도 그렇게 혼신을 다 바쳐 몰입해온 그 무엇이 있는가 한번 되돌아보곤 하오. 아직까지는 딱히 짚이는 것이 없소만, 언젠가는 한 가지 생각이 나리라 믿소. 언젠가는 말이오.

 

어이쿠,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그랴.

 

자자, 막잔 비우고 시마이합시다. 뭐? 2차 가자구? 까짓것 그럽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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