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17일 토요일

사진 소설

 


나는 제비다. 그래 흥부 놀부에 나오는 그 제비이다. 제비 중에서도 놀부의 집에 둥지를 튼 제비이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내가 놀부의 집에 둥지를 튼 것은 상당한 행운이다.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 물을 것이다. 자신의 다리를 부러트린 놀부의 집에 들어간게 행운이라니. 하지만 나는 지금 그 누구보다도 행복하다.

그 날 나는 부모에게서 독립해 혼자만의 둥지를 틀었다. 나의 첫 집은 놀부의 집이였다. 혼자만의 집을 가지게 되었다는, 부모님께 신세를 지지 않게 되었다는 기대감과 설레임으로 나는 그 누구보다 행복했다. 그렇게 독립생활을 해 가던 일주일 째 되는 날 나는 한가로이 낮잠을 자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쿵! 하는 소리가 나더니 내 집 옆에 기다란 사다리가 올라와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놀부는 잠에 취해 비몽사몽한 나를 잡아 다리를 부러뜨렸다. 무릎 관절이 거꾸로 비틀어졌다. 온 몸을 자극하는 고통, 다리만의 고통이 아니였다. 온 신경계에 쇼크가 와서 한쪽 날개가 찌릿찌릿했다. 나는 놀부의 치료를 받고 두려움에 질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

이 것이 그 날의 이야기... 너무나도 저주스러웠다. 자신의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다른 생명을 하찮게 여기는 놀부, 나아가 인간이란 존재 모두가 저주스러웠다. 왜 인간은 자신들이 만물의 영장이라 생각할까. 자신들의 신을 만들어 자신들만이 신의 축복을 받은 존재라 믿는다. 하지만 우리 새들은 알고 있다. 인간이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지. 저 높은 창공에서 육지를 바라보면 한낯 점에 불과한 존재들... 그 존재들이 스스로를 왕이라 칭한다. 이기적 존재, 하찮은 존재 한편으로는 불쌍한 존재...

나는 분노감에 인간들에게 저주를 내리리라 생각했다. 특히 놀부에게 복수해주리라 다짐했다. 그 날로 곧장 티벳 고원에 있다는 전설의 씨앗을 찾으러
 길을 떠났다. 힘찬 날개짓으로 날아올랐지만 이내 바닥으로 떨어졌다. 날개의 신경에 마비증세가 있었다. 하지만 부리를 꽉 물고 날았다. 날다가 힘들면 다친 다리로 뛰었다. 눈보라를 해치고 만년설을 헤집으며 결국 나는 전설의 나무를 찾았고 씨앗을 얻었다. 나는 죽을 힘을 다해 날아보려 했다. 복수의 칼날을 갈며 여기까지 왔는데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내 날개는 결국 완전히 마비가 되었다. 나는 뛰었다. 조선까지 무작정 뛰었다.


내가 한참 티벳 고원의 평탄한 순상지에 이르렀을 때 어디선가 비릿한 냄새가 풍겨왔다. 인간의 시체, 그것을 뜯어먹고 있는 독수리들... 너무나 아름다웠다. 티벳인들은 자신들을 자연의 일부로 본다. 인간치고는 너무 겸손하다. 자연의 일부로써 죽으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려는 그들에게서 나는 조선에서는 보지 못한 감동을 느꼈다. 그들을 보고 나는 어리석은 놀부녀석에게 이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리라 마음먹었다. 나는 당장 독수리에게 다가갔다. 죽음을 각오했다. 하지만 진심을 다하면 통하리라 생각했다. 무모하다고 생각은 하지 않았다. 어차피 이 곳에서 조선까지 걸어서 가려면 죽는 편이 나았다.

독수리...크다 역시 강한 존재이다. 저 높은 하늘을 나는 새들의 왕... 나는 머리를 숙이고 독수리에게 울며 간청했다. 제발 저를 조선까지 데려다 주십시요. 독수리는 내 말을 귀 귀울여 듣지도 않고 시체를 뜯었다. 나는 뒤늦게 찾아온 도려움으로 오름이 저렸지만 끝까지 고개를 숙이고 독수리가 나를 봐 줄 때까지 간청했다. 독수리는 배가 불렀는지 식사를 마치고 나를 내려다 봤다.

"너는 누구냐 너 같이 작은 녀석이 말을 걸다니 죽고 싶은겐가?"

"죽이시더라도 저를 조선에서 드시옵소서. 제게 복수를 할 시간을 주신다면 이 몸 먹혀도 여한이  없사옵니다."

독수리는 껄껄 웃기 시작했다. 그는 정중히 말하는 내가 측은했는지 조선에서 잡아먹겠다며 나를 등에 태웠다. 등에서는 식은 땀이 흐르고 다리는 후들후들 떨렸다. 진심을 다하면, 용기가 있다면 모든 일을 할 수 있다는 격언에 나는 다시 한번 감탄을 했다.

나는 곧장 조선의 한양으로 전설의 씨앗을 물고 날아갔다. 그리고 놀부의 집에 씨앗을 떨어뜨렸다.

아... 모든 것이 끝났다. 나는 복수에 성공했다. 그의 고통받는 모습을 생각하면 기뻐 눈물이 날 지경이다. 그리고 그가 죽음에 이를 때 자신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하찮은 존재였다는걸 깨닫길 바란다. 더불어 인간 모두가 그리 느꼈으면 한다. 지금 나는 독수리의 등에 있다. 나는 곧 죽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나 행복하다.





죽을 병에 걸린 다람쥐에게는 두 가지 소원이 있었다.

하늘을 한 번만이라도 날아보는 것, 그리고 바다를 보는 것.

 

그 모습을 항상 지켜보던 매가 다람쥐에게로 왔다.

 

"한 번 날아볼테냐?"

 

"물론"

 

다람쥐는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그럼 매달려."

 

매는 다람쥐를 잡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어때?"

 

"하늘을 나는 것이 이런 기분이었구나."

 

허공을 날며 다람쥐는 또 생각했다.

 

'죽어서도 이런 기분일까?'

 

매는 아무런 말 없이 묵묵히 날기만 했다.

 

"바다는 어딨어?"

 

다람쥐가 매를 보며 물었습니다.

 

"바다?"

 

"응"

 

"거긴 여기서 좀 멀어."

 

"그렇구나"

 

다람쥐의 들뜬 목소리도 가라앉았다.

 

사실 매도 무척 지친 상태였다. 사냥을 하다가 날개를 다쳐서 며칠간 날지 못했고,
때문에 먹이도 먹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람쥐의 실망하는 모습을 본 매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래. 바다로 가자."

 

매는 다람쥐의 몸을 더 힘껏 움켜쥐었다.

 

"꽉 잡아!"

 

한남을 날았다. 멀리서 푸른 비닐이 하늘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저건 뭐지?"

 

"저게 바로 바다라는 거다. 어때, 멋있니?"

 

"역시 내 상상보다 훨씬 아름답구나, 바다라는 곳은..."

 

다람쥐는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을 두고 죽어야 한다는게 슬퍼졌다.

 

"왜 그래?"

 

"아무것도 아냐."

 

문든 다람쥐의 머리로 물방울이 떨어졌다.

 

"뭐지?"

 

물방울은 매의 날개에서 흘러내리고 있었다.

 

"피잖아! 뭐야, 괜찮은거야?

 

다람쥐가 소리쳤다.

 

매는 말이 없었다.

 

"이제 그만 내릴래."

 

말이 없던 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실 내가 어려서 날지 못할 때, 둥지에서 떨어진 적이 있었어.
 그때 너희 엄마가 날 사나운 고양이로부터 지켜줬단다.
 이건 그 보답이야."

 

"근데 피가 너무 많이 흐르는 걸."

 

"난 괜찮아, 어서 바다를 실컷 봐두렴."

 

다람쥐는 잠시 생각에 잠긴듯 하더니 갑자기 매의 발을 사납게 깨물었다.
매는 순간 너무 놀라 다람쥐를 놓쳤다.

 

"고마워, 어서 둥지로 가. 난 여기까지야."

 

매는 바닥으로 떨어지는 다람쥐를 잡기 위해 남은 힘을 다해 곤두박질쳤다.

다행히 다람쥐를 잡았지만 지면에 너무 가까이 다가선 까닭에 머리를 벽에 부딪히고 말았다.

 

"같이 가줄까?"

 

매가 사위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다람쥐는 말이 없었다. 다만 두 눈 속에 푸른 바다가 넘실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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