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17일 일요일

알러지의 아이러니

 알러지는 꽤나 귀찮기도 하고, 또는 목숨을 위협하기도 하는 그런 존재입니다. 에전 일본의 영향이 강하가 남아있을 무렵엔 일본 또는 독일의 영향으로 인해 알레르기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정확한 미국식 영어 발음으로 하자면 '앨러지'가 맞는 표현이라고 할 수도 있지요. 그래도 일단은 표준 외국어 발음 표기법에 따라 알러지로 지칭하겠습니다.

 

봄이 되면 꽃가루때문에 알러지가 생겨서 고생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게다가 황사에 알러지를 나타내시는 분도 계시죠. 다만 이제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되면 알러지를 일으킬만한 것들이 많지 않아 고생을 하실 분들이 조금은 줄지 않을까 합니다. 반면 가장 심한 알러지 반응인 아나필락시스를 겪는 분이라면 응급실에서 다른 어떤 환자보다도 먼저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남들이 보기엔 겉으로 멀쩔한데, 모든 의료진들이 아나필락시스 환자에게 달려드는 것을 보면서 '그 환자는 의사나 병원 또는 재단과 관계가 있는 사람인가?' 하는 의심을 사게 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아나필락시스를 겪는 사람의 입장에선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순간이지만 남들이 보기엔 별로 그렇게 보이지 않기 때문이겠죠.

 

알러지를 겪는 분들 중에는 가장 흔한게 봄철 꽃가루 알러지가 있을 것이고, 그 외에도 땅콩 알러지나 고양이 털 알러지 등등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것들에 대해 알러지는 갖는 분들이 다양하게 많이 있습니다. 심지언 두유에 알러지가 있는 분도 있고, 오렌지 쥬스에 알러지가 있는 분들도 계시더군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고양이 털 알러지 때문이 이혼까지 한 사람의 이야기가 있는 것을 보면 알러지는 그냥 단순하거나 쉽게 볼 존재는 아닌가 봅니다.

 

이렇게 다양한 물질들에 대해 알러지가 존재합니다. 알러지라는 것은 면역학적으로는 과민성 면역반응입니다. 알러지의 영어적 해설이 Hypersensitivity Immune Response인 것을 보면 그렇지요. 즉 알러지라는 것이 인체의 면역 반응이 과도하게 예민하게 반응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알러지가 있는 사람만이 가지는 특성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암과 같은 질병에 상대적으로 걸릴 확률이 줄어든다는 것이지요. 암이라는 것이 체내의 세포에 이상이 생겨 더 이상 성장을 하지 않고, 계속해서 증식만 하는 것입니다. 사람으로 치자면 갓 태어난 아기가 어른으로 성장해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고 늙으면 죽어야 하는데, 갓 태어난 아이가 성장은 하지 않고 계속해서 자손을 낳는 행위를 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그러다보니 인체에는 이렇게 이상이 생긴 세포를 인식하고 죽이는 시스템이 존재합니다. 그런데 알러지가 있는 사람들은 이런 면역 반응이 상대적으로 예민하게 반응을 하는 것이라서 이렇게 암으로 변한 세포를 남들보다 먼저, 빨리 인식하고 죽일 수 있습니다. 암 세포가 생겨서 증식을 하려고 하면 이를 인식해서 남들보다 빨리 제거하는 것이죠.

 

그런데 알러지라는 것이 이런 양면성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너무나 예민하게 반응을 하면 자신의 정상인 세포를 비정상적인 세포로 인식하고 죽이는 행위를 하기도 합니다. 이런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류마티스 관절염이지요. 자신의 관절을 형성하는 관절 세포들을 자신의 세포가 아닌 것으로 인식하고, 이것들을 죽이는 행위를 해서 생기는 관절염이 바로 류마티스 관절염입니다. 이렇게 류마티스 관절염을 앓는 환자에게는 면역 억제제를 복용시켜야 증세의 완화를 기대할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외부 병원균에 대한 저항성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면역 억제제를 투여할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죠.

 

이렇게 면역 체계와 관련된 질병으로는 AIDS가 있습니다. 후천성 면역 결핍증의 영어 약자 표현이지요. 이 병은 HIV가 감염됨으로 인해 발병하게 됩니다. HIV는 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입니다. HIV 양성(+)으로 나타났다고 해서 바로 AIDS가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AIDS는 면역 결핍 증상이 나타난 경우이고, HIV 양성(+)이라고 바로 증상이 나타나지는 않기 때문이죠. HIV 양성(+)으로 나타났어도 꾸준히 치료를 하면 증상이 더 천천히 나타나거나, 또는 증상의 발현을 억제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도 HIV 양성(+)으로 나타난 환자에 대해 완치한 경우도 실제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경우는 완치라는 표현이 애매합니다. HIV가 양성(+)으로 나타났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AIDS로 병징이 나타난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실제로 병이 발현되지 않았는데 완치라고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위암과 같은 경우는 그 증세가 1기가 되었든, 2기~4기가 되었든 병이 발현한 상황에서 그 병의 치료가 이뤄지면 완치라고 할 수 있지만 HIV 양성(+)인 환자가 병이 발현하지 않았음에도 HIV 음성(-)이 되었다고 완치라고 할 수 있는지는 의학적인 분야라서 제가 뭐라고 정의내리기 힘이 듭니다.

 

아무튼 알러지라는 것이 꽤나 귀찮고, 더러는 목숨을 위협하기는 해도 양면적인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알러지가 있다고 해서 꼭 귀찮고 않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죠. 알러지가 없는 사람들에 비해 암에 걸릴 확률이 줄어든다는 것은 어쩌면 장점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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